H3-이유없는 화가 생겼을 때

어느 날 퇴근길에 회사건물에서 나오자마자 "씨X!"이라고 욕이 나올 때가 있다. 특별히 나쁜 일이 없었지만 아주 사소한 일들이 내맘대로 되지 않을 때, 폭발하듯 화가나는 때가 있다. 엘리베이터가 잡히지 않는다던지 버스를 놓치는 것 같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인데도 말이다.
이런 사소한 일에 화가 나면 풀수가 없다. 왜냐하면 화풀이 할 상대도 잘못을 한 사람도 없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통해서 화를 풀기가 참 요원하다.
돌이켜보면 삶에 무언가 변화가 필요함을 깨닫는다. 하루하루가 똑같아 지겹고 어떤 이유때문에 작은 것 하나하나를 나도모르게 참고있다보면 이런 사소한 일들을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. 이때 필요한 것은 현실로부터의 도피다.
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. 이 말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는 것이 아닐까? 나는 이런 도피를 여행이라고도 부르고 기대라고도 부른다. '나의 삶을 변화시켜줄 무엇인가'이며 '나의 일상을 잊기위한 어떤 것'이다.
해외여행이 기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? 하는거 걷고 보고 먹고 자는 건 어딜가나 똑같은데 왜 이렇게 가고 싶을까? 오랫동안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. 오랜 고민 끝에 내린 오늘의 결론은 나의 일상이 보이지 않고 눈에 보이는 모든게 내가 보던 것과 다르기 때문에 나는 무엇도 할 수 있고 누구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.
국내여행도 마찬가지다. 바닷가에 사는 사람이 바다를 보러 여행을 가지는 않는다. 산에 사는 사람이 같은 산으로 여행을 가지는 않는다.
저번주 금요일 버스를 놓쳐 "씨X"을 외치고 속초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. 톨게이트 비 편도 8400원, 초당순두부 8000원 그리고 커피 한잔 4500원. 기름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변에서 한 시간, 카페옥상에서 두시간 바다만 보고 왔다.
이번주 출근길은 하늘도 파랗고 날씨도 좋았다. 저번주와 현상은 같았지만 느낌은 달랐다.
작은 일에도 화가 날 때, 자연으로 떠나보길 바란다.